2011년 1월 30일 일요일

성서조선(聖書朝鮮) 창간사

하루아침에 명성이 세상에 자자함을 깨어 본 바이런은 행복스러운 자이었다. 마는 하룻저녁에 ‘아무런대도 조선인이로구나!’ 하고 연락선 갑판을 발구른 자는 둔한 자이었다.
 
나는 학창에 있어 학욕에 탐취하였을 때에 종종 자긍하였다. ‘학문엔 국경이 없다’고. 장엄한 회당 안에서 열화 같은 설교를 경청할 때에 나는 감사하기가 비일비재이었다. ‘사해가 형제 동포라’고 단순히 신수(信受)하고, 에도(江戶) 성의 내외에 양심에 충(忠)하고 나라를 애(愛)함에 절실한 소수자가 제2국민의 훈도(薰陶)에 망식몰두(忘食沒頭)함을 목도할 때에 나의 계획은 원대에 이르려 함이 있었다. ‘옳은 일을 하는 데야 누가 시비하랴?’고. 과연 학적(學的) 야심에는 국경이 보이지 않았다. 애적(愛的) 충동에는 사해가 흉중의 것이었다. 이상의 실현에 이르러는 전도에 다만 양양할 뿐이었다. 때에 들리는 일성(一聲)은 무엇인고? ‘아무리 한대도 너는 조선인이다!’
 
아! 어찌 이보다 더 무량의 의미를 우리에게 전하는 구(句)가 달리 있으랴. 이를 해(解)하여 만사휴(萬事休)요, 이를 해하여 만사성(萬事成)이로다. 이에 시선은 초점에 합(合)함을 얻었고 대상은 하나임이 명확하여지도다. 우리는 감히 조선을 사랑한다고 대언(大言)치 못하나 조선과 자아와의 관계에 대하여 겨우 ‘무엇’을 지득(知得)함이 있는 줄 믿노라. 그 지만(遲晩)함이야 어찌 남의 웃음을 대(待)하리오만.
 
그러나 자아를 위하여 무엇을 행(行)하고 조선을 위하여 무엇을 계(計)할꼬. 오직 비분개세(悲憤慨世)만이 능사일까. 근일 우리 형제들 사이에 그 평소의 사상이 상반(相反)하고 경일(頃日)의 취향이 각이(各異)함에 불구하고 각기 자아를 굽히고 동일의 표적을 향하려는 경향이 보임은 우리의 공하(共賀)할 바거니와 이는 실로 친거(親去)후에 효성이 동(動)함과 일리(一理)이니 우리 불효자인들 어찌 그 예(例)에 빠지랴. 경우는 기적을 행하는가 보다.
 
다만 동일한 최애(最愛)에 대하여서도 그 표시의 양식이 각이함은 부득이한 세(勢)이라. 우리는 다소의 경험과 확신으로써 오늘의 조선에 줄 바 최진최절(最珍最切)의 선물은 신기치도 않은 구신약성서 한 권이 있는 줄 알 뿐이로다.
 
그러므로 걱정을 같이 하고 소망을 일궤(一軌)에 붙이는 우자(愚者) 5-6인이 동경(東京) 시외 스기나미촌(杉竝村)에 처음으로 회합하여 ‘조선성서연구회’를 시작하고 매주 때를 기(期)하여 조선을 생각하고 성서를 강(講)하면서 지내온 지 반세여(半歲餘)에 누가 동의(動意)하여 어간(於間)의 소원 연구의 일단을 세상에 공개하려 하니 그 이름을 『성서조선』이라 하게 되도다. 명명(命名)의 우열과 시기의 적부(適否)는 우리의 불문(不問)하는 바라. 다만 우리 염두의 전폭(全幅)을 차지하는 것은 ‘조선’ 두 자이고 애인에게 보낼 최진(最珍)의 선물은 성서 한 권뿐이니 둘 중 하나를 버리지 못하여 된 것이 그 이름이었다. 기원(祈願)은 이를 통하여 열애의 순정을 전하려 하고 지성(至誠)의 선물을 그녀에게 드려야 함이로다.
 
『성서조선』아, 너는 우선 이스라엘 집집으로 가라. 소위 기성 신자의 손을 거치지 말라. 그리스도보다 외인을 예배하고 성서보다 회당을 중시하는 자의 집에는 그 발의 먼지를 털지어다.
 
『성서조선』아, 너는 소위 기독신자보다도 조선혼을 소지(所持)한 조선 사람에게 가라, 시골로 가라, 산촌으로 가라. 거기에 나무꾼 한 사람을 위로함으로 너의 사명을 삼으라.
 
『성서조선』아, 네가 만일 그처럼 인내력을 가졌거든 너의 창간 일자 이후에 출생하는 조선 사람을 기다려 면담하라, 상론(相論)하라. 동지(同志)를 한 세기 후에 기(期)한들 무엇을 탄할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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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신 선생님이 쓴 <聖書朝鮮> 창간사입니다. 빼어난 문장입니다. 때는 1927년 7월. 그 분의 나이 이제 만 26세였으니, 일본에 짓밟힌 조국 강토를 바라보며 피 끓는 젊음으로 하나님 앞에 소리치며 서원하는 그의 모습이 선합니다.
 
다만 우리 마음을 온통 사로잡고 있는 것은 ‘조선’ 두 자이고, 애인에게 보낼 가장 귀한 선물은 ‘성서’ 한 권뿐이니 이 둘 중 무엇을 버리랴!
 
선생님의 우렁찬 외침을 읽을 때마다 기진한 저의 온 몸에는 뜨거운 피가 용솟음칩니다. 그 분은 이 다짐대로 살다 가셨습니다. 짧은 생애를 온전히 하나님께 산 제물로 바치셨습니다. 꿈도 믿음도 없는 하루살이 같은 나의 인생이여! 부끄럽도다.
 
(참고) 이 글은 박상익 교수(우석대)께서 원문의 어려운 한자를 한글로 옮기고 오자를 바로 잡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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